매일 밤 우리의 입술은 파랬다.
처음 동거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작은 주방에 서서 냉동 블루베리를 나눠 먹었다.
입에 넣었을 땐 딱딱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차가운 감촉. 그 중 크기가 큰 블루베리는 숟가락에 담아 서로 먹여주기도 했다.
그즈음 행복은 아마 블루베리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어느새 우리 입술은 자주 파랗게 물들었고 그것이 우리만의 작은 습관이 되었다.
낮에는 각자의 일상으로 바빴지만 저녁이면 함께 동네 골목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는 낮에 겪은 일들을 사소한 것까지 모두 내게 이야기했고, 그때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주말이면 소소한 데이트를 즐겼다.
작은 카페에서 "라떼가 맛있네", "아메리카노가 맛있네" 실랑이를 벌이고, 오래된 서점에서 자신이 선택한 책이 더 재밌다며 옥신각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 대해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마음을 확인했다.
그의 손은 언제나 조금만 뻗으면 닿는 자리에 놓여있었다. 언제까지고 서로의 마음 안에 자리할 거라는 믿음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오해가 작은 틈을 만들었다.
그가 내 핸드폰을 우연히 들여다보았고, 이내 무엇이라도 발견한 듯 눈을 크게 떴다.
허공에 뜬 눈빛 속에 의심과 혼란이 겹쳤다.
순간 나는 그의 시선에 답을 머뭇거렸다.
“이게 뭐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무슨 말을 안 했다는 거야 ?”
말들은 꼬이고, 짧은 침묵 뒤 우리는 서로를 밀고 당기며 격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팔꿈치가 부딪히고, 손이 허공을 휘두르며 몸이 부딪쳤다. 방 안의 공기는 긴장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어딘가 딱딱한 것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이 원래 여기 있었나.
차가운 것이 느껴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물들었다. 어쩌면 붉게 물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이내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나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뻗으면 내 손을 잡을 수 있는데,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침묵 속에 방 안에는 정적만 남았다. 끝끝내 그의 체온은 내게 닿지 않았다.
나는 식어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마음도. 나의 몸도.
나는 숨이 멎는 순간 그의 증오 섞인 눈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떨리는 호흡 속에서 그도 나처럼 입술이 차갑게, 또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의 입술은 파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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